생태학교 숲

눈처럼 소복소복 쌓인 효창공원의 시간

효창공원의 겨울을 걷다
구민 여러분은 어떨 때 주로 산책을 하시나요? 저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감성에 젖고 싶을 때 산책을 즐깁니다.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풍경에서 전해져 오는 정서적인 힘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신축년 새해를 반기듯 찾아온 첫눈, 그리고 눈처럼 소복소복 쌓인 효창공원의 시간과 함께 2021년을 마중했습니다.
용산명예기자 김기찬
2021년의 첫눈과 함께 걷다
효창공원은 사적 제330호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이며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묘원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묘소,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안중근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이 있기 때문에 묘원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한 공원 내에는 3개 코스의 산책로와 어린이 놀이터, 배드민턴장, 효창운동장 등 여러 체육시설까지 제공하고 있어 구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공원입니다.
공원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를 반긴 것은 누군가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었습니다. 2021년의 첫눈이었기 때문일까요? 공원 곳곳에서 눈사람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문을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얼마 못 가 임정 요인 묘 앞에 왔습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으로 활약한 3인의 묘역인데요,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3명의 영혼이 잠든 곳입니다. 묘역의 바로 오른쪽 돌담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어린이 놀이터와 원효대사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효대사의 동상은 1969년,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동상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 보면 여러 종류의 포토존 벤치와 눈부신 설경이 저를 반깁니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힘들었던 것은 어느새 잊히고 넋 놓고 풍경을 만끽했습니다.
독립운동가와 함께 하는 공간
이어진 숲길을 빠져나오면 백범 김구 선생님의 묘역이 보이고, 건너편엔 백범 기념관이 보입니다. 묘역 앞에 가까이 가 보니 백범 김구 선생님의 일생이 담긴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김구 선생님은 조국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설립하셨으며 27년간 조국 광복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셨다고 합니다. 1949년 안두희에 의해 서거, 같은 해 7월 5일 효창공원에 모시게 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구 선생님의 묘역을 기준으로 광장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의열사(義熱祠) 앞에 닿습니다. 의열사는 효창공원 내에 묘역이 있는 독립운동가 7인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임시정부 수립일(4월 11일)이나 환국일(11월 23일) 즈음에 ‘효창원 7위 선열 의열사 제전’을 거행한다고 합니다. 의열사 앞에는 효창공원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안내 기기가 있고, 쪽문 밖 길 건너 맞은 편에 이봉창 의사의 동상이 있습니다. 마침내 효창공원을 한 바퀴 다 돌고 광장에 다다르면 연못 위에 효창공원의 상징물이 보입니다. 광장에는 관리사무소와 휴식 공간, 독서할 수 있는 ‘숲 속 문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들르지 못한 곳이 있죠. 광장 기준 왼쪽, 삼의사 묘역입니다. 삼의사는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를 일컫는 말인데요, 이곳에는 삼의사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훗날 유해를 찾으면 안장하고자 준비해두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삼의사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훗날 유해를 찾으면 안장하고자 준비해 두었다고 합니다
시간을 담은 모두의 공원
광장에서 효창공원 관계자와 이용객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공원 관계자는 “효창공원이 도심 속에 있음에도 산책로의 상태가 우수하고, 평평한 여타 공원 산책로와는 대비되게 높낮이가 있어 운동하시는 분들도 자주 찾아오는 공원이며 산책을 하면서도 마음으로 느끼는 순국열사들의 의지 덕분에 운동 효과뿐 아니라 역사적인 의의도 되새길 수 있을 만한 공원”이라고 효창공원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대부분의 이용객들이 기본 에티켓을 잘 지키고 깨끗이 사용해 주시고 계시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공원 내에서도 꼭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공원 환경 보존을 위해서 쓰레기는 꼭 정해진 위치에 버리고, 반려동물을 동반한 산책 시 배설물을 꼭 수거하고 대형견은 타 이용객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입마개를 착용하고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공원 이용객 서순경(70) 씨는 “효창공원에만 와도 사계를 전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공원의 풍경과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다, 도심 속이지만 마치 숲속을 거니는 것 같은 새소리와 녹음이 잘 어우러진 최고의 힐링 장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공원이 기리고 있는 순국열사들이 살았던 시간은 이 공원에 눈처럼 쌓여 멈춰 있는 듯 느껴지지만 공원을 거닐며 산책하는 우리의 가슴 속에 녹아 흐르고 있습니다. 한번쯤 방문하여 이들의 시간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