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On-Air

‘흙으로 피운 꽃’

흙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는 재료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흙으로 빚은 토기가 우리와 함께한 것은 무려 1만 2,000년 전부터였다. 용산공예관의 전시 ‘흙으로 피운 꽃’이 좀 더 살갑게 느껴지는 이유도 흙에서 출발한 예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흙으로 만든, 삶에서 꽃을 피운 전시 작품을 지면으로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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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봄이 피다
이번 전시는 사단법인 한국현대도예가협회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1978년 설립된 (사)한국현대도예가협회는 우리나라 도자협회 중 가장 큰 단체로 한국 현대도예의 대표적 그룹이다. 이번 전시에는 (사)한국현대도예가협회 소속 29명의 작가가 봄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참여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임상채 작가의 <오아시스>다. 생텍쥐페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그 샘이 아름다운 건 샘 곁에 생명이 모이기 때문 아닐까? 도자에 앉아 쉬고 있는 칠보 나비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상황인 우리에게 쉼표가 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는 작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청자향로를 새롭게 해석한 이동하 작가의 <청자향로>도 흥미롭다. 전통적인 사자가 있는 뚜껑 향로는 내부에 향을 피우고 뚜껑을 닫으면 사자의 입으로 향이 나오는 형태인데 청자의 색과 선은 그대로이나 전통적인 균형을 해체하여 구성한 작품이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청자향로>가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라면 서혜수 작가의 은 현대적인 도예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도예법은 물레로 돌려 만들거나 빚는 방식인데 이 작품은 틀을 만들어 성형하는 ‘캐스팅’기법으로 만들었다. 입체적인 모양에 선으로 리듬을 표현했는데, 작품에 놓인 돌도 속이 빈 도자 작품이다.
꽃이 된 흙, 흙으로 피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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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벽에 피어 있는 꽃은 최은실 작가의 <화괴 花魁>다. 화괴는 매화를 이르는 말로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 봄을 알리는 꽃이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를 조영토와 백자토로 만들었다. 가까이 보면 꽃술도 달려 있는데, 꽃술은 금으로 표현했다. 흙으로 만든 나무와 꽃이지만 실제로 피어 있는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전시장엔 동백꽃도 피어 있다. 최재란 작가의 <동백정원>은 제주도 숲 속 옹달샘과 샘에 핀 동백꽃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샘가에 핀 동백이 소담스럽다. 샘에는 작은 새도 앉아 있다. 물을 먹으러 왔는지, 꽃을 보러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꽃보다 작은 새가 마냥 귀엽다. 이꽃담 작가의 <모과 접시와 열매 다기 세트>는 접시에 잎이 피었다. 모과 꽃과 열매를 주제로 한 백자 다기로 차를 마시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흙으로 피운 꽃’에 전시된 작품들은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기와 그릇부터 조형물까지 다양하다. 전시의 이름에 꽃이 있지만 모든 작품에 꽃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흙이 작가의 손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다시 빚어지며 저마다의 꽃이 되어 피어났다.
꽃의 모습도, 도자기와 다기의 모습도, 형이상학적인 모습도 있지만 외양과 상관없이 모두 흙으로 빚은 꽃이다. 산과 들에 피어 있는 꽃도 좋지만, 올 봄에는 흙으로 빚은 꽃구경도 좋겠다.
용산공예관 가정의 달 일일체험
가정의 달을 맞아 집, 또는 공예관에서 쉽게 도자공예를 즐길 수 있는 일일체험
신청대상 공예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접수기간 2021. 3. 30.(화) ~ 선착순 마감
체험기간 2021. 4. 3.(토) ~ 5. 30.(일)
접수방법 DIY 홈키트 구매 - 용산공예관 홈페이지 (crafts.yongsan.go.kr)
· 공예관 방문 일일체험 예약 ☎ 02-2199-6180, 홈페이지
※ 자세한 내용은 용산공예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