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팟

신흥 맛집 모인 자리, 열정의 섬을 이루다
용산구 원효로1가 ‘열정도’ 골목

시대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 인쇄소가 떠난 자리, 젊은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다. ‘열정도’ 골목으로 불리는 용산구 백범로 87길은 용산구를 찾는 젊은 층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난 맛집 골목이다. 뜨거웠던 산업의 현장은 이제 트렌디한 젊음의 거리가 되었다.
. 이지선 사진. 봉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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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열정, 골목의 변신을 이끌다
용산구 백범로 87길, 한때는 인쇄소 골목으로 불렸던 이곳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인쇄소들이 성업하던 시절엔 식당도 있고 주점도 있어 북적대던 곳이었지만 인쇄소들이 파주로 이전하면서 빌딩 숲 사이 쇠락한 뒷골목이 될 뻔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곳에 청년상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고깃집, 곱창집, 치킨집, 주꾸미집 등의 다양한 식당이 들어서고 카페와 와인숍, 수제버거집, 떡볶이집, 디저트전문점 등 젊은 취향을 저격할 점포들이 더해지면서 활기를 보탰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오락실도 생겼다. 다채로운 게임기와 자판기들은 그 자체로 볼거리. 오래된 외관 위에 새로 입힌 젊은 상인들의 흔적은 새로움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젊은 상인들은 이곳에 ‘열정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SNS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직접 홍보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축제를 개최하고 마을신문을 만들더니 지난해에는 6년간의 기록을 집대성해 잡지도 만들었다. 텀블벅을 통해 제작된 잡지는 백범로87길이 변화해 온 세월과 그곳을 가꾸고 만든 이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았고 후원 달성률 113%를 기록하면서 제작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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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개성으로 감염병 시대를 헤쳐 나간다
코로나19 단계 격상이 논의되던 4월의 주말, ‘열정도’ 골목은 생각만큼 붐비지 않았지만 다양한 조형물과 장식으로 외관을 꾸민 개성 있는 점포들이 눈길을 붙잡았다. 식물로 채운 벽 위에 자리한 네온과 반짝이는 조명 장식, 낡은 벽 위에 무심하게 남겨진 그래피티 문구, 빨갛고 노랗게 꾸민 건물 벽과 형태도 크기도 제각각인 개성 넘치는 간판, 다 탄 연탄재를 활용한 그림과 사진 찍고 싶어지는 그네의자까지, 너른 골목 곳곳을 볼거리로 만드는 요소가 가득했다.
주말을 맞아 맛집을 찾아 나선 이들은 이미 점포마다 자리를 잡고 앉았고, “여기 두유 디저트집이 유명하다던데?”, “게임 한 판 하고 갈까?” 하며 두런두런 골목으로 들어서는 발길도 꾸준했다. 개별 점포 내부는 개성에 따라 멋스럽거나 재미있게 혹은 세련되거나 우아하게 꾸며져 머무는 이들에게 즐거운 휴식을 제공했다.
“여기 커피 맛있다.” “다음엔 와인 어때?” 대화를 나누며 점포를 나서는 커플의 걸음이 가볍다. “여기, 여기! 여기서 찍어 줘. 저 간판 나오게!” 사진을 찍는 이들도 곳곳에 보인다. 감염병 시대를 슬기롭게 이겨 나가는 이들의 열정이 골목을 채운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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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가는 방법
용산구 백범로 87길(원효로1가)
남영역 1번 출구에서 원효로 방면으로 도보 35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