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리포터

감정서가에서 내 마음과 마주하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진 요즘, 자신과의 대화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나의 안부를 묻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나의 감정을 돌아보고 그 마음을 서책의 한 문장에 빗대어 필사해보는 것. 이러한 경험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용산구에 마음을 돌아보게 해주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용산명예기자 김혜연
시민의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고요한 공간
신용산역 2번 출구로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의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빌딩 1층의 검은색 작은 표시판이 ‘감정서가’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감성서가는 일반적인 서가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고요한 공간에 여러 가지 예술작품이 놓여 있었는데요. 다양한 색채가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림은 자세히 보니 여러 그림의 모아 놓은 작품이었습니다. 김원진 작가의 <감정선-순간의 연대기>라는 작품은 비대면으로 200명 사람들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그림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한순간의 감정을 담아 그림을 그렸고 김원진 작가는 다양한 그림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예술’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감정서가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예술교육센터의 일부분입니다. 2020년 개관한 서울예술센터는 십대의 삶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시민의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관찰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예술 경험의 확산을 시도합니다. 서울예술교육센터의 감정서가는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냈던 감정에 대하여 사유하고 탐색합니다. 누구나 감정서가를 방문해서 오늘의 감정을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감정에도 귀 기울일 수 있다고 하니 흥미롭습니다. 정해진 날짜에는 동시대 예술가들과 워크숍이나 대화의 장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참여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감정서가에 전시된 마음 카드
마음을 담아 필사한 카드는 감정서가에서 전시
감정서가에 마련된 60여 장의 카드를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문장을 모아 봅니다. 카드 속 문장들은 다양합니다. 베스트셀러의 유명한 문장부터 보면 웃음이 피식 나는 재미있는 문장까지. 테이블에 앉아 모은 문장들을 다시금 마주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카드에 한 자 한 자 적어 가며 필사의 시간을 갖습니다.
고요한 분위기 속 나의 마음에 박힌 문장을 한 자 한 자 적다 보면 이 문장은 곧 나의 오늘이 되는 듯합니다. 속상했던 마음, 편안했던 마음, 설랬던 마음을 한가득 모아 필사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든 위로와 성찰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필사한 카드는 테이블 위 봉투에 담아 사서함에 넣어 두면 감성서가에서 전시해 준다고 합니다. 내가 쓴 카드의 원본은 타인의 카드들과 모여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책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감성서가의 컨시어지(호텔에서 호텔 안내는 물론, 여행과 쇼핑까지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 주는 서비스)에서 보관된다고 하네요.
감정서가는 용산구 서빙고로 17, 센트럴파크타워 1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하며 화요일부터 일요일에 운영한다고 하네요. 감정서가는 예약제로 운영 중이니, 방문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사전에 예약하고 방문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김원진 작가의 <감정선-순간의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