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교 숲

이웃과 함께 거니는 감성 충만한 내 집 앞 정원
7년 차 용산구민의 경의선 숲길 이야기

몇 년 전 한 항공사의 광고를 보고 감탄했다. 깎아지는 산의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 그리고 풍경에 새겨진 카피 ‘Our Back Yard(우리 집 뒤뜰)’. 하와이안 항공사의 광고였다. 하와이의 멋진 자연을 내 집 뒤뜰처럼 편하게 누리라는 이야기였다. ‘자연은 누리는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자연에서의 짧은 휴식은 꼭 필요하다.
용산명예기자 지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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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정취가 살아 있는 서울의 대표 산책로
나에게는 경의선 숲길이 내 집 앞마당에 있는 정원이나 다름없다.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경의선 숲길은 마포구에서부터 용산구까지 이어진 총 6.3km의 선형 공원이다. 경성의 ‘경’과 신의주의 ‘의’를 따서 경의선이라 불린 이 철로는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노선을 운행했지만, 현재는 철길을 따라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경의선 숲길은 한눈에 보이는 ‘계절 온도계’다. 특히 ‘새창고개×원효로 구간’은 사계절의 변화가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곳이다. 도시에 사는 바쁜 현대인들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데 경의선 숲길에 사는 나무의 모습을 보면 금세 계절을 읽어 낼 수 있다.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조경으로 심어진 튤립이 미소짓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드는 나뭇잎들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겨울이면 소복이 쌓인 눈과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로 여백의 미를 보여준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으로 내 집 앞 정원을 가꾸려 한다면 전문 정원사가 시간을 내어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의선 숲길은 누구나 무료로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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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숲길을 내 집 정원처럼 이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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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바쁜 일상을 보낸 뒤 짧은 저녁 산책을 하고, 주말에는 텀블러에 좋아하는 음료를 담아서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한다. 길을 걷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이웃도 있고, 숲길 중간중간 마련된 운동기구에서 건강을 챙기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경의선 숲길은 누군가에게는 정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산책로가,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야외 헬스장이 된다.
경의선 숲길의 시작점인 원효로 구간에는 폐화물기차를 고쳐서 꾸민 ‘숲길 사랑방’이 있다. 폐화물기차 옆 기찻길에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숲길 사랑방은 원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다시 운영된다면 이곳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공예 체험 워크숍인 ‘뚝딱뚝딱 목공교실’에서 나만의 창작물도 만들 수 있다. 새창고개×원효로 구간이 끝나는 공덕역 근처에는 거대한 버드나무가 있다. 버드나무 쉼터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들을 멍하게 바라보며 조용한 휴식을 가져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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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의선 숲길은 마포구에서부터 용산구까지 이어진 총 6.3km의 선형 공원이다

2.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다

3. 경의선 숲길의 시작점인 원효로 구간에는 폐화물기차를 고쳐서 꾸민 ‘숲길 사랑방(코로나19로 운영 잠정 중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