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Q&A

남의 음식에 침을 뱉으면 처벌받을까요?


남승한 변호사의 증명사진
식사 중에 통화를 한다는 이유로 아내가 먹던 찌개 등에 침을 뱉은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최근 접하셨을 것입니다. 많은 분이 ‘세상에 저런 일도 있구나’하며 한 번 웃어넘기셨겠지만 위 사건에는 중요한 법률적 쟁점이 몇 가지 들어 있습니다.
아내가 먹던 음식에 침을 뱉은 것은 무슨 죄에 해당할까요? 이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죄명은 재물손괴죄입니다. ‘손괴’라고 하면 무엇인가를 부수고 파괴하는 행위를 먼저 떠올리실 것입니다. 이 사안에서 찌개를 부수거나 파괴한 것이 아닌데 재물손괴죄가 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부수는 행위뿐 아니라 효용을 해하는 경우도 손괴죄예요
우리 형법은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손괴죄는 말 그대로 부수는 행위, 즉 손괴하는 경우는 물론,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도 성립됩니다.
음식에 침을 뱉는 것은 그 음식의 효용을 해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보기 싫은 상사의 커피에 침을 뱉는 행위, 주방장이 식당에서 음식에 담배꽁초를 넣는 행위는 모두 손괴죄에서 말하는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친족상도례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경우에만 적용돼요
자기 소유 물건을 부수는 것(즉 손괴하는 것)은 처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음식이 남편의 것이라면 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아내 앞에 놓인 반찬과 찌개 등은 자기의 것이므로 재물손괴죄 대상이 될 수 없고, 내 소유물을 손괴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밥상에 올려져서 같이 먹고 있던 반찬과 찌개는 남편 단독소유가 아니라 부인의 것이기도 하므로 부부 공유의 재산으로 봤습니다. 공동소유 물건을 손괴하는 것도 당연히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이 남편과 부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배우자가 재산범죄를 범한 것인데 처벌해야 하는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재산범죄인 손괴죄에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지난번에 살펴본 것처럼 배우자 간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합니다. 그런데 친족상도례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범죄의 경우에 한해 적용되므로 손괴죄에 해당하는 이 사안에서는 친족상도례는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