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리포터

동네 골목길에서 만나는
역사의 현장 ‘심원정 터’

용산구는 ‘역사문화르네상스 특구’로 지정될 만큼 주위에 만날 수 있는 유적지가 많다. 이번 호에는 심원정 터와 그곳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심원정 터는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동네 골목길을 산책하다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원효로의 명소이다.
용산명예기자 김은경
임진왜란의 아픔이 서려 있는 심원정 터
원효2동주민센터에서 용산문화원을 향해 걷다 보면 언덕이 보인다. 언덕 너머에는 거대한 느티나무와 오래된 듯 보이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600년의 느티나무로 나무 부근에는 공원처럼 벤치도 있다.
나무를 설명하는 안내푯말에는 ‘용산구 효창원로 8길 28’이라는 주소가 적혀 있다. 이곳은 옛 용산 강, 그러니까 지금 한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던 곳으로 정자 심원정이 자리해 있던 곳이다. 조선후기 큰 벼슬을 했던 대제학의 별장이었으며 왕의 피서지로 사용되기도 했던 당대 명소로 전해진다.
비석에는 ‘왜명강화지처’라고 새겨져 있다. 때는 1592년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명을 친다는 명목으로 조선을 침공하고 왜란을 일으킨다. 왜군은 수도 한성(1395년 수도한양을 한성으로 개칭)을 함락하고 평양성까지 진출한다. 그러나 전세가 분리해지자 평양성에서 명과 1차 회담을, 이듬해 조선을 두고 명과 2차 휴전교섭을 벌인다. 장소는 용산 심원정 일대였고 명과 일본은 조선 분할에 관해 회담을 나눴다.
그래서 심원정 터에 세워진 이 비석은 임진왜란 2차 회담 기념비로 ‘왜명강화지처’라고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방학 맞은 아이와 산책하기 좋은 곳
고목이지만 당당히 서 있는 느티나무와 왜명강화지처 비석에 대해 살펴보다가 문득 ‘이 비석이 언제 세워졌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아무리 자료를 찾아보아도 마땅한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시정일보>에 게재된 칼럼에 의하면 심원정과 비석은 사료 부족으로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으며 조선 후기쯤으로 추정한다고 쓰여 있었다. 따라서 비석은 지정문화재가 아닌 향토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한낮의 더위를 피해 심원정 터로 산책을 나서보면 어떨까?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숲을 이루고 있다. 공원 안쪽에는 옛 용산 강이 보일 것만 같은 육각정자가 자리해 있다. 그곳에서 아이와 옛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반복된 시간을 돌아보며 나라를 지키고 민족을 바로 세웠던 조상들의 지혜를 살필 수 있다. 나아가 오늘을 있게 해준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면 의미 있겠다.
참고자료 itv.yongsan.go.kr <용산 역사의 향기 7> ※ 더 자세한 내용은 용산 i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