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버스 안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한강로동 양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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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이 있어 회사에 반차를 내고 버스에 오른 시간이 오후 3시. 평일 낮이라 버스 안은 한산했고, 사람들의 표정도 출근시간대와 다르게 심드렁해 보였다. 하지만 버스 안 고요는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깨졌다. 뒤돌아보니 허리가 심하게 굽어진 할머니가 가지고 탄 작은 손수레에서 화분이 떨어졌다. 화분은 하차 계단으로 굴러가 큰 소리를 내며 깨졌다. 버스의 하차 계단 바닥을 화분 흙더미가 덮었고 차 안에서는 부엽토 냄새까지 났다.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음이 짐작됐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몸도 성치 않은 노인네가 왜 저런 걸 갖고 버스를 타는 거야?’, ‘깨진 화분하고 흙은 치우고 내리려나?’ 짜증이 들려오는 듯했다. 모두들 ‘나 몰라라’ 했다. 잠시 후 ‘이상하다, 사고처리가 끝났나?’ 싶어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 아가씨가 할머니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휴지로 깨진 화분의 파편들과 흙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치맛자락 모아 단정하게 앉은 뒤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버스 바닥에 쏟아진 흙을 쓸어 모으는 아가씨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해 보였다. 할머니를 외면한 채 시선을 거두어 버린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할머니의 난감함을 외면만 하고 있었는데…. 참 부끄러운 시간이 흘렀다. 당연한 선행도 낯설고 생소한 행동으로 취급되는 요즘, 그런 사회 풍토에 익숙해진 나머지 나는 습관처럼 이기적인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부끄러운 내 모습을 들켜 버린 것 같아 얼른 버스에서 내리고 싶었다. 나는 목적지에 다다라 버스 바닥을 보며 하차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치워진 차 바닥과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아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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