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노점상 할아버지를 보는 애틋한 마음

한남동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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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골목길에는 노점을 하시는 일흔이 훨씬 넘어 보이는 박물장수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신다. 할아버지는 리어커에 손톱깎기, 가위, 도장집, 돋보기 행주, 때 수건, 좀약, 면봉, 이쑤시개, 비닐장갑 등을 펼쳐 놓고 오가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행인들에게 눈을 맞추려고 애쓰지만, 힐끗 곁눈질 한번 주고는 유령처럼 휙휙 사라지는 사람들. 퇴근 무렵, 가방을 싸 들고 나가 봤더니 오늘도 건물 앞 길가에서 할아버지가 계신다. 오늘은 좀 파셨나 궁금해 노점을 들여다보노라니 할아버지가 “여봐! 안 살라믄 그냥 가! 거기 있으면 손님 가리잖어” 하시면서 날라온 파리를 쫓는 시늉을 하셨다. 내가 “비 오는데 어떻게 나오셨어요? 오늘은 손님도 많지 않죠?”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그려. 오늘 같은 날은 그렇지. 다리도 아퍼”라시며 풀썩 웃으셨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장사는 여기서 접으신다며…. 나는 가방을 놓고 짐을 싸는 할아버지의 박스 같은 가방을 잡아 드렸다. 할아버지는 미안하신지 “그만 가봐, 이제 됐어”라고 하셨다.
내가 노점상 할아버지께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생활비를 버느라 친정에 내려가 계실 때 서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거리 노점상을 하시며 손주인 나를 길러 주셨던 할아버지 때문이다. 내가 대학에 갈 때까지 그러셨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회사 앞의 이 노점상 할아버지를 보면 더욱 할아버지의 사랑이 간절하고, 보고 싶어지는 마음에 눈시울이 적셔진다. 그래도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말도 트고 얘기도 나눠봐서인지 그동안 물건 제대로 못 사드린 미안함을 조금은 갚은 느낌이었다. 다음번에는 매콤한 짬뽕 한 그릇 사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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