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팟

역사의 길 위를 걷다
용산역에서 용리단길까지

용산구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골목길이 많다. 그중 용산우체국 뒤편에서 삼각지 로터리에 이르는 골목길을 일명 ‘용리단길’이라 부르는데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예쁜 카페나 맛집은 물론 곳곳에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어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둘러볼 만하다.
. 한경희 사진. 김인규
핫스팟-1.jpg
핫스팟-3.jpg
핫스팟-3.jpg
용산역 광장의 새로운 랜드마크 ‘YONGSAN’
용산역은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남과 동시에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경원선이 모이고 흩어지는 시종착역이자 경부선의 한 기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차도, 사람도 끊임없이 오가는 용산역은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이지만 한때 1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고국과 가족 품을 떠나 생이별해야 했던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군인, 군속, 노동자로 강제동원되어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군함도, 사할린, 쿠릴열도, 남양군도로 끌려갔던 눈물 어린 광경은 현재 용산역 광장 한켠에 자리잡은 ‘강제징용 노동자상’으로 남아 기억된다.
용산역 앞 너른 공터는 용산 파크웨이 예정지로 용산가족공원까지 이어져 도심 속 거대한 보행 녹지축이 된다. 지하개발 계획도 예정돼 있어 지금보다 유동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얼마 전 설치된 ‘YONGSAN’ 조형물은 용산구의 인지도를 높이며 용산 방문을 기념하는 내외국인에게 포토존으로 각광받을 듯하다.
철도병원의 재탄생, 용산역사박물관
용산역을 내려와 오른쪽 드레곤힐스파 뒷길로 들어서면 철도회관이 있다. 이곳 마당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고려시대 유물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연복사탑중창비’(演福寺塔重創碑)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공덕으로 재건립된 연복사 오층불탑의 건립내력을 담은 비석이다. 연복사는 개성에 있는데 어떻게 용산에 이 비석이 세워져 있을까? 일제가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경의선에 싣고 용산구락부로 옮겨왔다가 가져가지 못하고 이곳에 남겨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복사탑중창비는 행방이 묘연한 채 이곳에 묻혀 있다가 2012년에 한 시민의 제보로 발견되었다.
철도회관에서 나와 그대로 길을 걷다 한강대로 11길 방향으로 올라가면 길 건너편에 BTS 소속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이브 인사이트’가 있다. 사옥 내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한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이 있는데 BTS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만큼 이곳도 용산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에서 한강초등학교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용산 철도병원이 있다. 철도병원은 1928년 일제가 부상 당한 철도 노동자를 치료하기 위해 건립한 곳으로 고전적 양식에서 근대 양식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적 건축 양식이 눈에 띈다. 현재는 리뉴얼 중으로 내년 3월 ‘용산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만나게 되는데 어떠한 흥미로운 콘텐츠를 담고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1 무려 122년 역사의 용산우체국. 지금도 여전히 우체국으로 운영되고 있다.

핫스팟-3.jpg

2 왜고개 성지는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시신이 잠시 모셔졌던 곳이다.

핫스팟-3.jpg
개화기에 문 열어 여전히 성업 중인 용산우체국
용산역 사거리를 지나 신용산역 앞에는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있다.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이 1945년 개성 창업 후 1956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특히 새롭게 지은 신사옥은 조선의 백자 항아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톡특한 외형과 중앙 정원 방식, 미술관 등의 공개시설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바로 옆에는 무려 122년 역사의 용산우체국이 있다. 1899년 5월 16일 용산우편수취소 설치로 시작되어 일제강점기에도 우체국으로 운영되고, 현재도 여전히 우체국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우체국에서 국방부 후문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만나는 왜고개 성지는 병인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일곱 명의 순교자를 포함해 총 10명의 성인, 순교자가 묻혔던 곳이다. 원래 이곳은 둔지산의 토질을 이용해 도자기를 빚던 곳이라 와현, 왜고개로 불렸는데 성인, 순교자의 시신이 이곳에 묻히며 성지로 불리게 되었다.
핫스팟-3.jpg
핫스팟-3.jpg
날마다 새로워지는 용리단길
왜고개 성지에서 길을 내려와 우체국 뒤편에서 삼각지로터리로 이어지는 골목이 ‘용리단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옛집들이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고, 지금도 여전히 변신 중이다. 일제시대 경성전기회사 창고 건물도 남아 있고, 압록강 철교와 한강인도교를 건설했다는, 일본 ‘간조’라는 토목회사의 1926년 완공 경성지점 건물도 그대로 남아 모 식품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한강, 서울역, 이태원으로 나뉘는 길목에는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도 있다. 로터리 라인을 따라 들어서 있던 화랑거리는 미군기지 미군들을 주고객으로 영업하던 표구·액자 상이 가득했다.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간직되는 곳, 요즘 뜨는 거리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옛 노래가락 하나쯤 흥얼거리며 이곳을 걷는다면 또 다른 낭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핫스팟-9.jpg
<이미지 클릭 시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