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듬뿍2
술술 풀어쓰는 일상 속 과학이야기
노벨상 받은 ‘우주가속팽창’ 이론,
국내 과학자가 뒤집을까?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천문학자의 커다란 관심거리다. 옛날에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우주의 모습을 그렸지만, 지금은 첨단 장비로 먼 우주를 관측하며 훨씬 더 정교하게 구조를 파악한다. 지금까지 천문학자가 우주에 관해 알아낸 사실 중 하나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다.
글. 고호관 작가
SF·과학 분야의 글을 쓰고 번역하는 작가.
<동아사이언스>에서 과학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 『우주로 가는 문, 달』 등이 있다.
발견과 반박 거듭하며 밝혀지는 우주의 비밀
192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우리 은하 외부의 은하를 관측하다가 대부분의 은하가 적색이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적색이동은 빛을 내는 천체가 관측자로부터 멀어지는 경우 빛의 파장이 길어지며 실제보다 붉게 보이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해 허블은 은하가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허블은 여러 은하의 거리와 적색이동의 정도, 즉 멀어지고 있는 속도를 측정해 정리했다. 이 데이터를 그래프로 나타내자 흥미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은하까지의 거리와 후퇴 속도가 비례했다. 더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구에서 1억 광년 떨어진 은하와 2억 광년 떨어진 은하가 있다고 하자. 공간이 두 배로 팽창한다면 두 은하까지의 거리는 각각 2억 광년과 4억 광년이 된다. 가까운 은하는 1억 광년만큼 더 멀어졌는데, 먼 은하는 2억 광년만큼 더 멀어지게 된다. 오늘날 이는
‘허블의 법칙’으로 불린다. 이 발견은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당시의 관념을 산산이 깨뜨렸다.
시간이 흘러 1998년,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아주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우주가 그냥 팽창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그리고 우주를 더 빨리 팽창하게 하는 모종의 에너지가 있다고 추론했다. 이 미지의 에너지가 바로 현재 암흑에너지로 불리는 존재다. 이 연구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인정받아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노벨상까지 받은 이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천문학자도 있다. 그중 한 명이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의 이영욱 교수다. 이 교수팀은 초신성이 된 별의 나이에 따라 밝기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생기는 편향을 보정해 데이터를 다시 해석했다. 그 결과 우주는 가속팽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속팽창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논쟁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국내 연구진이 노벨상 업적을 뒤집는 성과를 낼지도 모르고, 어쩌면 기존의 이론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또 지금 생각지도 못하는 새로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우주 팽창이 어떻게 되든 지금 우리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우주의 종말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먼 미래니까. 그런 까마득한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천문학자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