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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동네 한바퀴2

‘22년만의 기다림’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용산의 오늘

지난 2003년 한남뉴타운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이곳의 재개발 사업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사업이 지연될 때마다 과연 이 사업이 무사히 진행될 것인가 의구심을 품었던 주민들도 많았다.

글. 사진. 김은영 용산구 명예기자

철거전 한남동 모습

사실 이런 기대와 체념, 막연한 기다림은 주민들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22년 동안 반복되어 온 일이었으니. 하지만 꿈처럼 느껴지던 재개발이 이제 전 구역에 걸쳐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남 3구역 철거 진행, 2구역 이주 시작, 4구역 관리처분인가 준비 그리고 5구역 사업시행인가 준비 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토지구획조차 되지 않은 비탈에 보금자리를 틀고, 한강변에서 빨래를 하며 새 삶의 의지를 다지던 곳이 오늘날의 한남재개발 지역이다. 이곳에서 자식을 키워낸 청년들은 어느덧 노인이 되어 동네를 지키고 있다. 그사이 정든 고향을 떠난 토박이들도 많지만, 이 동네만의 푸근함을 놓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민들도 있다.
버스 두 대가 동시에 교차할 수도 없는 좁은 도로와, 수리로는 감당이 안되는 낡은 주택들이 즐비한 곳. 생활의 여러 불편에도 동네를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것은 평생을 함께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주민들에게 재개발은 새 동네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정들었던 동네와의 이별이기도 하여 만감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1,000원에 세 개짜리 빵을 팔던 빵박사 사장님, 히잡 쓴 여인이 가격을 흥정하던 보광마트, 또순이라는 닭을 기르던 철물점 사장님, 토큰판매라는 간판을 떼지 않고 여전히 영업하시던 모퉁이 구멍가게 등 이웃 상점이 하나, 둘 철거되었다. 그 상점들이 있던 자리에 이제 리조트급의 고급 아파트와 백화점,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남산을 올려다보고 한강을 굽어보는 자리라 강남 부럽지 않은 강북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낡은 골목과 계단이 벌써 그리워지지만 정든 친구에게 작별을 고하듯 추억이 허물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주민들이 <기억하라 보광동> 같은 주민자치 특화사업, 보광동 연극 공연팀의 <프로젝트 여기에서 저기로>, 김여정 작가의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2022)> 등의 책자를 통해 옛동네를 기억하려는 것도 이런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역사의 아픔 속에서 기꺼이 고향이 되어주었던 한남재개발지구가 새로운 세대의 새 고향이 되는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철거중인 한남동
보광동 추억의 사진전 ‘기억하라 보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