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듬뿍2
술술 풀어쓰는 일상 속 과학이야기
한반도의 공룡, 둘리사우루스
우리나라에서 아기공룡 둘리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둘리의 보호자(?)인 고길동 씨의 집이 있던 쌍문동 근처에 살고 있는 내게는 더욱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에 둘리의 이름이 붙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글. 고호관 작가
칠면조 크기의 아기 공룡
마침내 얼마 전 둘리의 이름이 붙은 공룡이 등장했다. 바로 ‘둘리사우루스 허민아이’다. 코레아노사우르스와 코레아케라톱스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과 관련된 이름이 정식으로 붙은 공룡이다. 허민아이는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의 설립자로 한국의 공룡 연구에 오랫동안 기여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이 처음 발견된 건 2022년이었다.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도에서 주변과 사뭇 다른 암석 조각이 모여 있는 모습이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진의 눈에 띄었다. 압해도는 2009년에 육식 공룡의 둥지 화석이 발견되며 공룡의 뼈 화석도 있을 수 있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연구진이 현장을
자세히 조사하자 길이 약 50cm인 한 암석 안에서 뼛조각이 모습을 보였다.
미세 컴퓨터 단층 촬영과 같은 기술을 동원해 암석 내부를 더욱 정밀히 조사한 결과 이빨을 포함한 두개골 파편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크기는 칠면조 정도였으며, 척추와 두개골의 형태로 보아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개체로 추정됐다. 즉, ‘아기 공룡’의 화석이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둘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앞서 발견된 코레아노사우루스와 코레아케라톱스와 함께 둘리사우루스는 조반목 공룡에 속한다. 조반목은 공룡의 한 분류로 골반의 형태가 새와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조반류는 새의 조상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조반목 공룡은 모두 초식 또는 잡식동물이다.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에서도 소화를 돕기 위해 삼키는 돌인 위석이 많이 발견되어 식물이나 작은 곤충을 먹고 살았음을 시사한다.
수많은 공룡의 터전이었던 한반도
재미있게도, 둘리는 조반목 공룡이 아니다. 만화 캐릭터의 종을 정확히 따질 수는 없겠지만, 원작자인 김수정 작가는 둘리가 케라토사우루스라고 밝힌 바 있다. 케라토사우루스는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나 알로사우루스와 같은 수각류 공룡으로, 머리가 크고 근육질 꼬리로 균형을 잡았다. 몸에 깃털이 나기도 했다. 흔히
새의 조상으로 불리는 공룡이 바로 이 수각류다. 엄밀히 말하면, 새가 현대까지 살아남은 수각류 공룡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에 둘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둘리사우루스도 수각류 공룡이었다면, 좀 더 상징적이었을까? 아무려면 어떨까. 둘리사우루스는 먼 훗날 한반도가 되는 땅이 수많은 공룡의 터전이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