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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만들어요, 꼭 가고 싶은 시장!

용산용문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속속 생겨난 대형 마트에 골목마다 들어선 편의점, 거기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는 동네 시장의 생존을 위협해 온 요소다. 그러나 편의를 원하는 소비자를 탓할 수는 없는 일. 전통시장마다 다양한 생존 전략이 필요해졌다. 용산구의 시장들도 마찬가지다. 그중 문화관광형시장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지 1년째를 맞은 용산용문시장을 찾았다.
글. 이지선 사진. 홍승진
상인회와 상인들의 협조 속에 지나 온 1년

맹추위가 강습한 평일 오전, 유동 인구가 가장 적을 시각임에도 용산용문시장에는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 중이라 활기가 넘친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장을 보는 주민들과 배달원들의 움직임이 교차하는 골목 안은 충분히 생기 있었다. 아직은 조용하지만 넘쳐오를 듯 술렁이는 생기. 골목 안쪽, 시장 내 삼거리에 위치한 용산용문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하 사업단) 사무실에서도 느껴진 분위기다.

안쪽으로 사무 공간을 두고 바깥쪽에 공유주방용 주방 공간과 테이블을 놓아 정돈한 사무실. 식물로 장식한 이곳은 한파가 한창인데도 봄처럼 푸릇하다. 공간을 둘러보는 사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박가나 단장이 들어섰다.

“상인회와 회의가 있었어요. 매주 또 필요할 때마다 상인회와 자주 만나서 논의를 해요. 대화방도 만들어서 수시로 진행 사항을 공유하고 피드백도 주고받고요. 저희는 밖에서 사업 진행을 위해 들어온 팀이니까 무엇보다 상인회, 상인들과의 협의가 중요하거든요.”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박가나 단장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과 호응 속에 변화하고 있는 용산용문시장의 오늘이 있기까지 상인회와 각 상인들의 협조가 아주 큰 역할을 했다했다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젊은 고민 담은 사업 이어져

용산구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용산용문시장은 전형적인 도심형 골목시장에 가깝다.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점포들 그리고 그 길을 오가는 인근 주민들. 상인회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본격적으로 흔한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1년 용산용문시장에 들어온 사업단은 상인회, 구청의 협조 속에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일반적으로 문화관광형 시장 조성을 위해 진행하던 대면형 이벤트 사업을 벌이기엔 코로나19라는 장벽이 높았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시장 정비에서 판매, 홍보, 위생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다. 가격표기 및 원산지 표기 지원, 온라인 배달사업, 온라인 판매 교육, 밀키트 및 상품 개발, 디자인 지도·홍보 리플릿 제작 및 배포, 위생 청결을 위한 해충방제 작업, 방역 및 안전활동 등 한 해 동안 이어진 사업을 세는 데만도 한참이다.

틈틈이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대면 이벤트도 진행했다. 전통시장의 비닐봉투 수요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 장바구니 2,000개를 제작 배포했고, 전통시장 가을축제를 개최해 약 1,500만 원의 매출 기여를 달성했다. 월별 이벤트도 다양화했고, 직장인 점심 이벤트 등을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시장을 알렸다. 그중 가장 호응도가 높았던 것은 ‘채식주의 용스토랑’. 비건 트렌드를 활용한 채식요리 수업을 25회에 걸쳐 운영하면서 시장 상인을 비롯해 인근 주민이 100명 정도 참여했다. 코로나19 상황 심각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용산용문시장만의 매력 담은 명소 가꿀 것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외부에서 들어온 젊은 친구들이 시장도 잘 모르면서 저러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이 없지 않았어요. 상인분들 입장에선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죠.”

해결책은 발품이었다. 박 단장과 팀원들은 매주 커피와 차를 들고 상인들을 만났다. 사업을 설명하고 안내문을 전달하고 참여를 부탁했다. 용산용문시장에 활기를 더하겠다는 사업단의 진심은 그렇게 조금씩 상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놀장’ 애플리케이션 활용법 교육, 온라인 상품 촬영 지원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돕고 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인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용산용문시장은 주변에 이태원도 있고, 직장인도 많고. 또 경의선 숲길과도 가깝죠.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다른 시장에서는 안 해 본 것, 못 해 본 것들을 해 보고 싶어요. ‘숲길마켓’도 그중 하나고요.”

박 단장은 조만간 아케이드가 설치될 용산용문시장 골목에 자연주의 인테리어를 더해 장도 보고 쉬어도 가는 도심 속 휴식 공간 조성을 계획 중이다. 어린이 대상 이벤트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2년 계획인 사업 기간 동안 상인들과 함께 꼭 해 보고 싶은 일이라고 전했다.

“사업이 끝나면 저희는 떠나겠지만 용산용문시장이 모두의 머릿속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시장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다 함께 꼭 그렇게 만들어 가길 희망합니다.”

용산구 전통시장을 돕는 또 하나의 손길 | 용산구 일자리경제과
용산구의 시장을 돕는 것은 용문시장에 자리한 사업단만이 아니다. 배송 서비스, 명절맞이 이벤트, 주차장 이용료 보조, 전통시장 매니저, 전통시장 상인 소액대출 등은 용산구 일자리경제과 시장지원팀이 두 팔 걷어붙이고 지원 중인 부분이다. 아케이드 설치, 화장실 리모델링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시설현대화 사업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가스·소방시설과 CCTV 등 안전시설 설치 지원도 시장지원팀이 담당하는 부분이다. 더 많은 상인들이 다양한 활로 개척에 나설수록 시장지원팀도 더 바빠질테지만, 열심히 뛰는 만큼 기대가 크다. 용산구의 활기찬 내일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란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되며 전국 전통시장 간 경쟁률도 높다. 용산구청 시장지원팀과 용산용문시장 상인회의 공동 노력으로 용문시장이 선정되었으며 사업 기간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