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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사는 새로운 세상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넘어, 로봇을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AI’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에 도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함이라는 희망과 일자리 위협이라는 불안을 동시에 가져다 준 지금, 다가오는 로봇과의 공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그 과제를 조명한다.

글. 고호관 작가

영화 속 휴머노이드, 현실이 되다

영화 <아이, 로봇>처럼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편화된 세상이 정말 오는 걸까? 요즘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자연히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귀찮은 집안일을 로봇이 대신해 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보지만, 한편으로는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과거의 로봇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요즘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움직이며 사람이 하던 일을 똑같이 할 수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23kg 냉장고를 들어올려 운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얼마 뒤에는 아틀라스가 축구하는 모습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영상 속에서 아틀라스는 스텝을 밟고 공을 찰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디딤발과 차는 발을 평소와 반대로 꼬아서 공을 차는 라보나킥까지 구사했다. 축구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도 이 영상을 보고 감탄하는 장면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생각하는 ‘머리’에 움직이는 ‘몸’을 더하다

아틀라스가 라보나킥 같은 고급 기술까지 구사할 수 있었던 건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그중에서도 피지컬AI 덕분이다.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요즘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는 가장 적절한 언어를 생성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다. 이런 AI는 마치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고 글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움직이지는 못한다. 만약 챗GPT가 반역할 마음을 품어도 몸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아 다행이다.
로봇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AI가 필요한다. 이런 AI를 바로 피지컬AI라고 한다. 피지컬AI는 주변의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로봇과 같은 물리적 장치를 움직이는 AI를 말한다. 젠슨 황은 CES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과 같은 시스템이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이해하며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이 피지컬AI라고 정의했다. 지금까지의 AI에게는 머리만 있었다면, 피지컬AI는 몸까지 가진 것과 같다.

다가오는 로봇 시대, 공존을 설계해야 할 때

피지컬AI는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 LLM은 질문에 틀린 답변을 한다고 해도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로봇이나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피지컬AI는 사소한 오판 하나에 곧바로 사람의 목숨이 오갈 수 있다. 따라서 주위 환경 인식에서부터 판단과 행동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이루어져야 피지컬AI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특히 피지컬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에게 맞춰진 기존 공간에서도 일할 수 있으며, 특정 동작만 하던 기존 로봇과 달리 학습을 통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고 아우성이다. 한편으로는 위험하거나 너무 힘들어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해 주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상황이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빠르든 늦든 휴머노이드가 우리 일상에 침투해 인간과 역할을 분담하게 될 날이 올 전망이다. 이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