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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풀어쓰는 일상 속 과학이야기

여자도 싸운다!

동화 속 수동적인 이미지와 달리, 고고학과 역사적 기록은 여성 역시 적극적으로 무기를 들고 싸웠던 주체적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이집트 공주부터 바이킹, 가야의 여전사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해 끈질기게 세상을 살아낸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글. 고호관 작가

편견을 깨는 고고학적 발견

공주하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동화 속 공주는 화려하고 고운 옷을 입고 있으며, 위기도 겪지만 그럴 때마다 이웃나라 왕자나 기사가 구해주고, 두 사람은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 사실 이런 동화 같은 클리셰는 이미 낡았다. 요즘 창작물에서는 공주라고 해서 수동적인 인형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때로는 권력을 위해 무자비한 짓까지도 서슴없이 한다.
최근의 고고학적 성과도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을 것이라는 오랜 편견을 깨뜨리는 게 옳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이집트와 영국 공동연구진은 고대 이집트의 왕족 여성들이 무기를 사용하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대 이집트 공주의 무덤을 발굴하면 활과 같은 무기가 발견되는데, 이게 단순한 부장품이 아니라 실제로 쓰던 도구였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19세기에 발굴된 이집트 미라 6구를 자세히 조사했다. 이들은 파라오의 딸로, 활과 화살, 단검 같은 무기와 함께 묻혀 있었다. 미라의 뼈를 분석하자 상체 근육이 붙은 자리가 잘 발달해 있었다. 무기를 습관적으로 사용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흔적이었다. 어떤 미라는 뼈가 부러졌다가 회복된 흔적도 있었다. 공주라고 해서 과격한 육체 활동과 거리가 멀었던 건 아니었던 것이다.

동서양 역사 속에 실존했던 여성 전사들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보자. 스웨덴에서 발견된 10세기 바이킹 전사의 무덤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에 들어 이 무덤에 묻혀 있던 유골의 DNA를 조사한 결과 무덤의 주인은 여성이었다. 스칸디나비아의 전승에는 ‘스캴드메르(방패 처녀)’라고 불리는 여성 전사 집단이 있다. 바이킹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도 종종 이런 여전사가 등장한다. 실제로 존재했는지, 어느 정도 규모였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렇게 무덤에서 여성의 유골과 무기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서양만 그런 건 아니다. 동양에서도 실제 역사나 설화 속의 여성 전사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가야의 여전사’가 있다. 김해 대성동고분 57호에 출토된 여성 인골이 그 주인공이다. 무덤의 주인은 아니고 함께 묻힌 순장자인데, 이들 인골의 머리맡에서 철제 투구와 갑옷 조각이 발견되었다. 증거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갑옷을 입고 싸웠던 여전사가 아니었나 하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존을 위해 끈질기게 싸워온 주체적 존재로서의 여성

물론 남녀의 힘과 체격 차이로 인해 여성이 전쟁에서 남성만큼 활약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중요한 건 여성이 싸움도 불가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과거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팍팍했고, 생존은 위협받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만히 한쪽에 물러나 있었을까?
과거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살았던 우리나라 여성을 보자. 모두 세상과 끈질기게 싸우며 생존했다. 필요하다면 총칼을 드는 것도 이상할 리 없다. 살아가기 위해 싸우는 데는 남녀노소가 없다. 역사 또는 전설 속의 여전사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