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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기엔 너무 이른 나이,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글. 한상원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조기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면 대개는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질환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도 대부분 알츠하이머는 65세 이후에 발병하며, ‘노인성 치매’로 흔히 불리지만,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Alzheimer’s Disease, EOAD)이라고 한다.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약 5~6%를 차지한다. 비록 수치는 작지만, 개인의 고통은 물론 가족 전체가 심리적·경제적으로 그 영향은 심각하다.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까?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초기에는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는 등 단기 기억력 저하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또한 말을 더듬거나 적절한 단어 찾기를 어려워하는 언어 장애, 시공간 감각이 저하되는 증상도 동반된다. 그러나 일부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판단력과 집중력이 먼저 떨어지거나 성격 변화, 우울증으로 인식해 질환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고 점차 악화된다면 반드시 정확한 검사와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왜 발병할까?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는 유전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 가족 구성원 간에 알츠하이머병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드물게 이른 나이에 증상이 나타나며, 유전자를 물려줄 확률이 50%에 이르지만, 유전적인 원인만으로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에게서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병리적 변화가 핵심적인 발병 기전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과도한 스트레스, 외상성 뇌손상, 잘못된 생활 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뇌 MRI와 신경심리검사를 통한 인지 기능 평가, 혈액 검사, 유전자 검사 등 체계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나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와 같은 최신 기법이 활용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단과 예후 평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치료는 주로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와 인지기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한 비약물적 인지재활 치료가 함께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항체 기반 치료제인 레카네맙(lecanemab)이 승인받으며, 새로운 치료법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의 역할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은 환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조기 발병 환자 역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환자 본인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일상생활과 사회적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호 예고 _ 7월호에는 ‘몸이 아픈 우울증, 홧병’을 주제로 한 건강칼럼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