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도심을 달리는 러너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러닝을 즐기는 이에게 딱 맞춤인 코스가 용산구에 있다. 녹음으로 가득한 효창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에 달리기를 선호하는 ‘갓생’ 러너라면 안정적인 트랙 러닝이 가능한 효창운동장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운동 후엔 공원 인근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해볼까? 용산구민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 속으로. 글. 조한나 사진. 엄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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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과 맞닿아 있는 효창운동장은 중심에 축구장을 두고 그 바깥으로 400m 육상 트랙이 있다. 공원과 트랙, 어디서 달릴까 고민할 것 없이 둘 다 누리자. 트랙은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한다. 해가 떠오르고 점점 밝아오는 하늘 아래서 부지런하게 달리는 다른 러너들을 보면 혼자 뛰어도 혼자인 것 같지 않다.
더불어 축구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 전용 구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현재까지도 각종 대회 장소이자 축구인들의 훈련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소정의 사용료를 내고 예약신청 후 대관 할 수 있다.
트랙 사용료 무료, 축구장 개인사용료 4,000원부터~
용산구 효창원로 177-15(효창동)
월~일 08:00~22:00 러닝 트랙 06: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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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은 조선왕실의 묘원이었던 효창원이 세월을 거치며 오늘의 모습에 이른 곳이다. 국가지정 문화재로 백범 김구 묘역과 기념관, 의열사, 삼의사묘역 등이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곳일뿐더러, 방문객을 아늑하게 품어주기에 효창공원은 용산구민에게 소중한 곳이다. 해마다 이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가 열려 구민들을 한 마음으로 묶어주기도 한다.
효창공원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달리는 것. 러닝하기 딱 좋은 9월, 잘 정비된 공원을 나만의 속도로 누비며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공원 곳곳의 여러 경사로는 러너들이 훈련하기에 더욱 반가운 조건이다. 효창공원 외곽 한 바퀴를 거쳐 공원 내 한 바퀴면 약 5Km 가까이 달릴 수 있다. 러닝 외에도 공원에서 야외 헬스장, 농구장, 배드민턴 장, 황톳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용료 없음
용산구 효창동 255
24시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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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후 빨라진 심박수가 안정을 찾는 동안 차분하게 앉아서 숨을 고르며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다양한 음료뿐 아니라 여러 재료가 조화롭게 구성된 바게트 샌드위치와 샐러드, 시그니처 파이인 갈레트 등 선택지가 많고, 어떤 것을 선택해도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이곳에 또 들를 생각에 다음번 달리기가 기대될 정도.
바게트샌드위치 10,900원 효창동크림라떼 6,600원
효창원로70길 4(효창동)
화~금요일 08:00~19:00 토·일요일 08:00~18: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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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에 새콤한 김치를 둘러 함께 구워 먹는 백반이 인기메뉴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같은 걸 먹고 있으므로 고민할 것 없이 사람 수만큼 주문하기만 하면 된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고, 잘 아는 맛이기에 더더욱 거부할 수 없는 맛이다. 밥 추가, 반찬 추가 모두 무료로 제공하니 양껏 먹고 기운내서 남은 하루도 힘차게 살아보자.
불고기백반 12,000원
효창원로 218(청파동)
월~토요일 06:30~20:30 일요일 휴무
효창공원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공원 인근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박연주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박연주 주민
효창공원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입니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강도 챙기고, 곳곳에 스며든 역사적 의미도 함께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 도심 한가운데서 푸른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봄이면 화사한 꽃들이 반기고, 가을이면 곱게 물든 단풍 아래 책 한 권 읽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혼자 또는 연인, 친구, 가족 단위 방문객 모두 즐길 수 있어요.
놀이터, 쉼터,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고, 인근 어린이집에서는 자연 체험학습장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자, 의열사와 김구기념관 같은 역사적 장소를 통해 역사 교육도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또한 곳곳에 있는 운동기구와 황톳길은 어르신을 포함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이웃들을 자주 만날 수 있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곳이 마을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책축제, 축구대회, 공원 탐방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주민 간 교류의 장이 되고 있어요. 얼마 전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함께 모여 웃고 즐겼던 화합의 장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는 영화제, 음악회, 체험활동 등으로 구성된 역사문화 행사도 열려 큰 호응을 얻었었는데, 올해도 열린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이처럼 효창공원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뜻깊은 공간입니다.
최근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드나들던 공간이 나뉘고, 출입 제한 등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어 걱정입니다. 함께 즐기던 크고 작은 행사들도 열리기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곁에 가까이 있음에도 오히려 멀어져 버릴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효창공원은 우리 동네의 보물이에요.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 동네 중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누구나 편하게 찾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을맞이 역사문화행사
한마음 체육대회
효창공원 실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