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청파동 한편에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식민지역사박물관이다. 이곳은 우리 민족이 겪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치열한 삶을 생생히 기억하고 전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이다.
또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 친일파의 부역, 그리고 빛나는 항일투쟁의 기록까지 한반도의 근현대사 속 잊혀서는 안 될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이 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시민의 힘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해외동포를 포함한 수많은 시민이 모은 성금과, 집 안에 소중히 간직해온 각종 자료들의 기증이 모여 이 역사문화공간을 존재하게 했다. 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기억을 지키기 위한 시민의 참여가 곧 이 공간의 뿌리인 셈이다.
전시관을 천천히 걷다 보면, 독립운동가의 유품과 일제강점기 실제 문서, 신문 기사, 사진, 당시 시민의 편지 한 장까지….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과거 되새기기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할지 되묻게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곳은 반드시 들러야 할 교육의 장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과 저항 위에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방문해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뜻깊은 장소다.
입구에 유료 입장이라 안내하고 있지만 개관 이후 지금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1층은 기획전시실, 2층은 상설전시실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를 그대로 담고 있던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규모는 작지만 볼만한 가치가 있는 박물관이다.
일상의 작은 틈을 내어 식민지역사박물관을 한 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우리 삶 가까이 있는 이 조용한 공간이, 생각을 넓히고 마음을 일깨우는 따뜻한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