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복용한 약물이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이상 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건강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약물은 치료 목적 외에도 다양한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크게 예측 가능한 이상 반응과 예측이 어려운 반응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에게 고용량의 인슐린을 투약했을 때 저혈당이 발생하거나, 고혈압 환자가 약 복용 후 어지럼증을 겪는 경우는 약물의 작용 기전에 따른 예측 가능한 반응에 해당한다. 반면, 항생제 주사 후 갑작스럽게 혈압이 떨어지며 쇼크가 발생하거나, 항경련제를 복용한 뒤 전신 발진이 나타나는 경우는 약물 알레르기로 불리는 예측 불가능한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은 약리 작용과는 무관하며, 일부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중증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측이 어려운 약물 이상 반응은 그 발생 기전에 따라 여러 범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기전이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 일반적으로 ‘약물 알레르기’로 통칭한다. 입원 환자의 약 10~20%가 약물로 인한 이상 반응을 경험하며, 이 중 약 30%가 약물 알레르기에 해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항생제나 진통소염제처럼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유사 계열 간 교차 반응이 발생할 수 있어, 명확한 원인 약물을 회피하더라도 비슷한 성분의 다른 약에서 중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평가와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알레르기내과는 환자가 복용한 약물의 종류와 이상 반응의 양상에 따라 맞춤형 진단 검사를 시행한다. 진료 시 증상 발생 시점과 증상의 범위, 양상에 대한 면밀한 문진이 이뤄지며, 약물 외에도 음식,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과거 알레르기 병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과거 유사한 증상이 있었다면 당시의 피부 병변 사진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은 일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유기체이므로, 동일한 약물을 같은 용량으로 복용하더라도 시기나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약물 알레르기 진료의 목표는 원인 약물을 명확히 밝혀 향후 반복적인 노출을 피하고, 치료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 대체 가능한 약을 찾아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피부에 약물을 소량 주입해 반응을 확인하는 피부반응시험, 약물을 부착해 3일 후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첩포검사, 일정 간격으로 정해진 용량의 약을 복용하는 경구 유발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활용된다. 약물 이상 반응을 예방하려면 약물은 반드시 의사나 약사의 상담을 거쳐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해야 하며, 진료 시 과거 약물 알레르기 병력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 건강기능식품 등의 정보를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이상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동일 성분에 대한 재노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처방받은 약은 정해진 용법·용량에 맞게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타인의 약을 임의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약물 관련 부작용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신속히 의료진과 상담하여 중증 반응으로의 진행을 막고 치명적인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
다음호 예고 _ 10월호에는 ‘족저근막염’을 주제로 한 건강 칼럼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