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동네 한바퀴
우리 동네 골목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 몸과 마음이 부쩍 지쳐 있던 무렵, 아기를 안고 동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에서 만난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다.
글. 사진. 김소진 용산구 명예기자
마을버스와 카페에서 마주한 다정한 배려
가장 먼저 온기를 느낀 곳은 용산02 마을버스 안이었다. 아기를 안고 서 있는 나를 보고 “아기 엄마, 여기 앉아요”라며 선뜻 자리를 내어주는 승객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아직 서툴던 초보 엄마에게 그 짧은 말과 작은 배려는 큰 위로가 됐다.
버스에서 내려 찾은 곳은 해방촌의 한 카페였다. 20대 젊은 손님들이 자주 찾는 장소인지라 혹여 아기와 함께 가는 것이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하지만 사장님은 반갑게 맞아 주시며 혼자 온 내게 넓은 소파 자리를 내주셨다. 자신도 임신을 준비 중이라며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고
편히 쉬다 가세요”라고 건넨 한마디에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공감과 응원, 용산에서 피어난 육아의 힘
며칠 뒤에는 좀처럼 잠들지 않는 아기를 재우려고 유모차를 밀며 이태원 골목으로 나섰다. 그곳에서 한 외국인 이웃을 만났다. 유모차 속 아기를 들여다보며 “1month?”라고 묻던 그는, 내가 아기를 재우느라 애쓰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챘다. 자신도 잠들지 않는 아이 때문에 밤낮으로 유모차를 밀며 고생했다며
깊이 공감해 주었다. 그러고는 잠든 아기가 기특하다는 듯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고 세상이 각박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아기와 함께 마주한 세상은 다정한 배려로 가득했다. 이렇게 좋은 이웃들을 만나며 ‘용산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은 지친 육아에 큰 힘이 됐다. 오늘도 나는 아기와 함께
골목을 누비며 우리 동네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