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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냐 환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유행에 맞춰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이 기후 위기 시대의 심각한 환경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량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부터 이를 해결하려는 최신 섬유 재활용 기술, 그리고 지속 가능한 순환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슬로우 패션’의 가치를 짚어본다.

글. 고호관 작가

유행과 저렴함 뒤에 가려진 환경 위기

“도대체 입을 게 없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며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넘어가는 이맘때면, 외출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투덜거리는 사람이 유독 많다. 옷장에 옷이 잔뜩 걸려 있는데도 막상 쌀쌀해진 날씨에 맞춰 입을 만한 마땅한 옷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은 수시로 바뀌고, 매번 그 유행을 따라 새 옷을 장만하는 건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산업이 바로 패스트 패션이다.
1990년대 뉴욕타임스가 브랜드 자라의 전략을 패스트푸드에 비유하며 시작된 이 용어는 2000년대 들어 대중화됐다. 패스트 패션은 빠른 생산과 저렴한 가격, 높은 접근성이다. 기획과 생산, 유통 과정을 최소화해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바로바로 반영해 신상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는 온라인이나 대형 매장을 통해 쉽게 저렴한 옷을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괜찮은 산업으로 보이지만, 그에 따른 문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지금처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패스트 패션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도한 자원 소비와 섬유 분리·재활용 기술의 연구

옷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 옷에 필요한 면화를 재배하는 데는 대량의 물과 살충제가 쓰여 환경을 위협하고, 화석연료로 만드는 합성 섬유는 강과 바다에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 염색에 쓰이는 다양한 화학 물질도 상당수가 유해 물질이다. 이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역시 기후 위기를 더욱 촉진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섬유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8~10%를 차지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낡은 옷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옷에는 보통 여러 종류의 섬유가 섞여 있어 이를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연구진은 면과 폴리에스터로 이루어진 천을 성분별로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염산을 이용해 면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든 뒤 고체로 남은 폴리에스터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의 난양 이공대학교 연구진도 물을 사용하지 않고 면과 폴리에스터로 이루어진 천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술을 넘어선 경제성·인식의 한계와 소비자의 역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옷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는 건 아니다. 재활용이 활발해지려면 기술뿐 아니라 경제적인 논리까지 맞아떨어져야 한다. 사람들이 재활용 소재로 만든 옷을 좋아할 것인가 하는 감성의 문제도 있다.
결국에는 소비자도 자기 역할을 해야만 한다. 옷을 입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어떻게 해야 가장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재활용 옷에 비용을 좀 더 지불한다거나 유행에 둔감해지거나 낡은 옷을 고쳐가며 입는 것과 같은 행동이 지속 가능한 순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지구를 위해서 패스트 패션을 포기하고 슬로우 패션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열쇠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있다.